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친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1,756회 작성일 24-06-08 23:05

본문

나에겐 최근(2022)까지 연락이 되는 친구(여자)가 한명 있다. 그친구는 내 닉네임(봉식이할매)을 줄여 할매님이라 불렸었다. "할매님", "할매님" 이렇게 말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 "할매님" 이렇게 부를 때면 나는 포근하고 보드라움 느끼곤 했다. 간혹 같이 술을 마실 때면 그녀는 술주정처럼 말하곤 했다 "내가 할매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죠?" ​

 혹여나 '좋아한다'라는 의미에 여러분의 상상을 더해 남녀 간 사랑 비스무리한 결과물을 이끌어 낸다면 그건 여러분 마음의 표출이지 그 친구의 '좋아함'이 아니다. 단지, 그녀의 '좋아함'은 이성적인 사랑의 의미보다 인간적인 '좋아함'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럼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물어봤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나'라는 인간은 여자랑 대화가 서투르기도 하고 쑥스러워서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모든 것에 이유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모른 체 지내도 괜찮다면 모르는 게 약이다. 나에게도 저런 친구 한 명 있다는 건 내가 허투루 살지는 않은 거 같다.  그 친구는 내가 다시 세상과 담을 쌓고 방구석에 열심히 처박혀있을 때 생일 선물이라고 책 한 권 보내 줬었다. 난 책 제목도 확인하지 않고 포장된 그대로 책장 위에 올려놨었다.

 3년간 방치된 선물, 그 위엔 먼지가 뽀얏게 덮여 있다. 손으로 먼지를 "툭", "툭" 털어내고 포장지를 풀어본다. 책을 펼쳐 이제 막 걸음걸이를 시작한 아기처럼 한 글자씩 조심스럽게 읽어 본다. 몸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그 친구에게 달려가고 있다. 전화해 볼까?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생각에 포근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밀려온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행복감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321건 10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096 관리자 2527 23-10-02
6095 관리자 2326 23-09-29
6094 관리자 2438 23-09-26
6093 관리자 2279 23-09-12
6092 관리자 2171 23-09-11
6091 관리자 2267 23-09-05
6090 관리자 2382 23-08-28
6089 관리자 2419 23-08-27
6088 관리자 2362 23-08-27
6087 관리자 2450 23-08-25
6086 관리자 2925 23-08-17
6085 관리자 2547 23-08-14
6084 관리자 2552 23-08-08
6083 관리자 2743 23-07-31
6082 관리자 2688 23-07-31
6081 관리자 2802 23-07-26
6080 관리자 2765 23-07-25
6079 관리자 2222 23-07-21
6078 관리자 2344 23-07-11
6077 관리자 2471 23-07-10
6076 관리자 2317 23-07-02
6075 관리자 2396 23-06-27
6074 관리자 2575 23-06-27
6073 관리자 3548 23-06-27
6072 관리자 2537 23-06-14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