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가을 핑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그냥- (121.♡.214.107) 댓글 0건 조회 6,467회 작성일 07-10-04 17:37

본문

아침에 '아욱 아욱'하는 소리가 공중에서 뱅뱅 돌아 고개를 치켜드니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날고 있습니다.
대장 1명이 길을 안내하고 후미에 다른 1명이 일행을 챙깁니다.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가을이 왔음이 아니고 천리 만리 날아온 그들의 지쳤을 법한 날개가 가여워 보였습니다.
이제 다왔음직하니 겨울동안 편하게 물가에서 잘놀고 새끼 무럭 키워 봄에 다시 잘 돌아갔으면 합니다.

긴팔을 입어도 모자를 쓴 이마주위 땀방울이 맺혀도 몸은 거추장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한방울의 피라도 마실양 가미가제 공격하는 모기들도 개체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파리 주변이 연황색으로 물들여 지는 중이고 어느해 가을즈음 이유없이 훌쩍 가버린 그대가 심중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리움조차 말라버린 느낌을 그래도 애써 불쏘시게로 뒤척거리는 모양새가 가을중에 가난해 보입니다.

특별히 계획을 만들지도 않고, 딱히 구인연이든 새인연이든 사람들과 교분도 뜸하고, 일상은 판박이로 돌아가고, 입력된 자료보다 삭제되는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해서 가슴은 치면 통 소리가 날정도로 비어져 가고 , 그 빈 가슴을 주체키위해 또하루를 비틀거려야하고, 어긋지는 발자죽을 살포시 덮어주는 그림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는 '가을'이 왔는데... 하며 담배를 피워 뭅니다.

깊은 상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헤부작거리며 길을 나설 것입니다.
지난한 삶을 한켠으로 물러 세우기 위해 나를 달뜨게 하였던 순간들을 나비 날개위에 실어 몽환 저편으로 갈 것입니다.
구절초 앙증맞은 얼굴과 갈대 서걱이는 바람소리로 둔덕에 덜썩 앉아 거무틔틔한 시름을 해바른 곳에 말릴 것입니다.

가을이 어느새 닥아 옵니다.
내 모든 잘못하였거나 하고 있는 일을 그 핑게로 기소유예처분을 마음대로 내립니다.
감성만이 살아 움직이도록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깨침도 내려놓아야지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92건 206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167 자몽 6190 07-10-09
1166 그냥- 6202 07-10-09
1165 공자 14474 07-10-09
1164 자몽 9646 07-10-09
1163 자몽 6118 07-10-08
1162 자몽 6868 07-10-07
1161 김미영 6606 07-10-06
1160 둥글이 6020 07-10-06
1159 운영자 9090 07-10-06
1158 공자 6652 07-10-05
1157 오로빈 15321 07-10-05
1156 자몽 7579 07-10-05
1155 자몽 8700 07-10-05
1154 구름 5166 07-10-04
열람중 그냥- 6468 07-10-04
1152 자몽 6332 07-10-04
1151 둥글이 7795 07-10-01
1150 aratcu 7551 07-09-30
1149 공자 9272 07-09-30
1148 달그림자 5968 07-09-29
1147 자몽 5460 07-09-28
1146 공자 6271 07-09-28
1145 무아 5177 07-09-27
1144 자몽 7750 07-09-27
1143 자몽 5560 07-09-27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4,984
어제
6,175
최대
18,354
전체
7,390,359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